영화 버닝 결말 해석. 원작과 무라카미 하루키를 통한 후기.

꿀팁 알고싶은게 있나요?

(C)꿀팁블로그에서 알아가세요!(2019년)


오랜만에 영화를 봤다. 버닝이라는 영화이다. 관련 예고편과 정보하나 없이 개봉일 당시 친구의 추천으로 보게되었다. 유일한 배경지식이라고 했다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한 영화라는 것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제일 유명한 '노르웨이의 숲(상실의 시대), 1Q87'을 읽어보았다. 이들은 내가 느끼기에 사랑, 미스터리, 종교, 죽음 등 자극적인 소재의 무심한 나열이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걸로 기억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배경지식을 통한 영화 기대점

버닝에 대해 이야기 하기 전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바탕으로 기대한 것이 몇 가지 있다. 청불 영화인 버닝에서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들 처럼 사랑, 미스터리, 종교같은 개념들이 얼마나 무심하게 나열되있을 것이고 그것이 영화에서 어떻게 표현될 것인가라는 것이 기대 중 하나였다.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주인공 '종수'


↑종수와 해미의 우연한 만남



-영화 속 사랑신과 마스텀베이션(자기위로) 그리고 남산페티쉬?

역시나 시작부터 과감한 사랑신과 소설에서는 주로 마스터베이션이라고 번역됬던 자기위로 행위도 등장한다. 내가 문학적으로 깊게 해석할 능력이 있는건 아니지만 '종수'가 행하는 자기위로 행위는 매우 저돌적인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행위는 어쨋든 '외로움과 고독'을 대표한다고 생각한다. 즉, 첫날 해미의 유혹으로 하룻밤을 함께한 후 이어지는 종수의 자기위로는 해미의 부재로 인한 외로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그에게는 해미가 하나의 안식이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남산타워를 보며 자기위로를 하는 종수를 보며 피식했다. 문득 '남산페티쉬'인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뭐 어쨋든 남산은 해미와의 연결점이자 하루에 한 번 해미의 집에 빛을 전해주는 장소이다. 남산의 이러한 성질은 종수가 해미를 생각하는 몇 가지 요소와도 같다. 해미 또한 종수에게 어느 한 순간, 남산타워처럼 빛을 전해주는 존재이다. 내가 생각한 남산타워 패티쉬는 해미의 그러한 성질과 연결할 수 있지 않을까싶다.




↑해미가 아프리카에서 만난 벤을 종수에게 소개시켜주는 장면



재미를 추구하는 남자,



↑포르쉐, 대마초, 여자, 음악, 시골


-시골에서 벤과 종수, 해미의 대화에 대한 해석

개인적으로 이 장면은 정말 기억에 남는다. 포르쉐, 대마초, 여자, 음악, 시골, 노을같은 소재들이 너무 자연스럽게 혼합되어 한국의 시골에서 이런 느낌도 낼 수 있구나라는 감탄을 했었다. 어쨋든 이 장면에서 벤은 자신이 비닐하우스를 태운다고 종수에게 말한다. 그리고 벤은 그러한 행위로 자신의 베이스 즉 존재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행위는 매우 비상식적이기 때문에 종수에게 경각심을 일으키게 되고 종수가 비닐하우스를 순찰하는 계기가 된다.


여기서 대마초와 해미의 헝거 춤에 대해서 생각해볼만하다. 해미는 대마초에 취해 헝거 댄스를 추게 되는데 그 모습이 매우 뇌리에 남는다. 삶의 의미를 찾는 춤은 뭔가에 취해야만 추구 할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음악이 끝나자 울음을 터트리는 해미는 그러한 헝거 춤을 통해서도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매우 공허한 여자라는 뜻이다. 이러한 점이 벤이 말한 비닐하우스의 성질과 유사하다. 스스로 자신이 구제되길 원하는 듯이 방치되어 있는 비닐하우스... 해미도 마찬가지로 삶의 의미를 찾지만 결코 혼자서는 그 의미를 추구할 능력이 없어보인다. 이러한 점이 벤이 말한 비닐하우스와 매우 유사하며 종수가 벤을 의심하게 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그리고 삶의 의미(비닐하우스를 태우며 느끼는 베이스)를 아는 벤은 해미를 보면서 상대적 우위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해미의 춤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벤



↑그 날 이후 사라진 신해미, 집마저 말끔하게 청소되었다.



↑그러한 벤을 의심하고 미행하는 종수



↑벤의 미행을 알고도 모른척하는 벤

재미가 삶의 기준인 벤에게는 미행하는 종수를 모른척하고 능글맞게 대하는 것은 하나의 재미었을 것이다.



요리를 좋아한 벤이 말한 '신에게 바치는 제물'과 끝장면에서 여자를 화장시켜주는 것과의 유사점

버닝은 분명히 열린결말이고 어느것하나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그가 요리를 좋아한다며 말했던 것이 신경쓰인다. "요리를 만드는 것은 좋다고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어서 그리고 더 좋은 점은 내가 만든 것을 먹어버릴 수 있다고 꼭 신에게 바치는 제물처럼" 대충 이런 느낌의 대사였던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새로운 여자를 화장시키는 벤에게서 요리를 하는 벤의 모습이 겹쳐진다. 꼭 여자를 원하는 대로 만들고 신에게 바치는 제물처럼 먹어버릴 것만 같다.



아쉬웠던 점?

흠, 아쉬웠던 점은 분명히 있다. 나의 개인적인 영화 취향은 인물의 감정선이 얼마나 현실적인가 공감을 하면서 영화를 보는 편이다. 그래서 나는 감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감할만한 현실적인 감정,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딱 2번 그 감정선이 어긋났다고 생각한다. 종수가 "C8! 나는 해미를 사랑한다고!"와 트럭에서 나와 벤을 찔렀을 때. 왜 그러냐면 매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단 하룻밤으로 그토록 사랑이라는 감정이 그토록 올라올 수 있는가라는 점이고, 두 번째로는 그러한 감정이 벤을 살인할 정도로 강력한 것이었나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딱 이점 때문에 스토리가 연결되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이 부분 말고는 같은 장면이 반복되고 긴 플레이타임이지만 꽤 재밌었고 볼만했다. 


↑버닝 원작 헛간을 태우다(무라카미 하루키)


영화를 보는내내 소설원작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었다. 영화내에서는 솔직히 뭔가 듬성등성 빠진 연관관계가 실제로 소설에서도 그럴까 싶었기 때문이다. 다른 이야기들을 살펴보니 소설도 영화와 비슷하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한 번쯤 소설 원작을 봐야될듯싶다. 그리고 결말도 참 좋았다. 단편소설같은 결말이라 나름대로 원작에 충실했을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나름대로 재밌게 본 영화. 리뷰 끝.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