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외교부 소속도 아니고 일본 관련 업무를 하지도 않는데, 이게 왜 왔을까요?"
12월 6일 밤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아키히토 일왕의 생일 파티가 열렸다. 일왕의 생일을 기념은 이 초대장은 대한민국 중앙부처 공무원에게 날아갔다. 초대장의 첫머리엔 감정적으로 거부감이 드는 단어 '천황'이 위치해있었고, 초대자는 '나가미네 야스마사'라는 주한 일본 대사였다. (초대자 나가미네 야스마사는 최근 우리 정부가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과격 발언들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초치했던 사람이다.)
아키히토 일왕의 생일은 12월 23일이고 일본에서는 공휴일이다. 전세계의 일본 공관에선 12월 첫째 주인 이맘때 해마다 일왕 생일파티를 미리 연다. 우리나라도 매해마다 진행됐던 일이다. 이 행사는 일본 입장에선 그들의 외교행사이다보니 우리나라 외교부 관계자들에게도 초대장을 발송해왔다. 보통 이 행사에는 외교부 1차관 or 동북아국장이 참석하곤했다. 또한 일본 대사관은 일본 관련 기업 및 단체, 중앙부처 개인 공무원들도 초대하곤했다.
외교부 공무원이 아닌 분야의 공무원들에게 일본 대사관이 일왕 생일초대장을 보내고 있는게 맞는지, 관계자에게 물어본 기록도 있다. 이에 대해 해당 관계자는 "일본 관련 업무를 하는 외교부 이외 일반 부처에도 보내는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외 다른 관계자는 생일초대 발송에 대해 "아마도, 일본 대사관 소속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만나거나 업무적으로 알고 있던 일반 공무원들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초대장을 뿌린 것 같다"라고 추측을 말하기도 했다.
매 해마다 벌어지는 행사장 주변 상황이다. "왜놈왕 생일 파티가 웬 말이냐"라는 팻말을 든 시민들이 보인다. 일본이나 영국 같은 입헌군주국 대사관들은 보통 공관에서 국왕 생일 행사를 연다. 왜냐하면 일종의 외교활동의 일종이기에. 그런데 일왕의 생일파티는 유독 매년 열릴 때마다 반대 집회가 열리고 경찰은 삼엄하게 경비한다. 행사장은 초대장이 없으면 들어가지도 못하고, 내부에선 촬영이 허가되지않는다. 그들은 꽁꽁 몸을 가리고 있을 뿐이다.
매년 일왕 생일파티에서 논란이 되는 것은 생일파티 그 자체뿐 아니라, 갔다온 사람들도 논란의 중심에 오른다. 예를 들어 2010년 당시 MB정부의 상왕으로 불린 이상득 전 의원을 비롯 여러 정치인이 참석해 여론의 비난을 받기도했다.
이 생일파티를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은 "서울 한복판서 천황 폐하 만세라도 외치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한다. 그래서 과거 행사에 참석했던 전직 고위 관료들에게 물었다. '만세 삼창' 같은 액티브한 활동은 없고, 아키히토 일왕의 영상 메시지 이런 것도 없었다. 그냥 차분한 리셉션 행사다.
해마다 생일파티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초대장에도 있다. 비외교부 공무원들 중 초대장을 받은 어떤 사람은 '천황'이란 말이 쓰인 초대장을 보는 것 자체가 거북스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 분은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과가 없다며 분노하는 그런 분이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 배상소송 관련 법원 소장 첫 페이지가 형식적으로 완벽하지 못하다며 관련 서류를 접수조차 하지 않고 세 번이나 돌려보냈다. 일본 개별 기업들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행도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막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지금 '천황'이란 단어가 들어간 초대장을 우리 국민에게 보내고 있다. 일본 외교는 그 단어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정서적 반감에 대해 고려는 했을지 궁금하다. 한신대 일본학과 하종문 교수는 "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 등 인적 수탈은 모두 천황의 이름으로 행해졌다"며 "식민지배의 최고 책임자는 천황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는데 이는 엄연히 존재하는 '천황제'를 정서적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이다.
